국내 인테리어·가구업계 1위 기업인 한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수자를 찾게 되면 한샘은 창사 50여 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재계의 시선은 한샘 오너 일가가 승계가 아닌 매각 결정을 내린 배경에 집중되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15.45%) 등 특수관계자 지분 30.21%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앤컴퍼니 등 여러 인수 후보들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25만원의 가격을 희망하고 있다. 전체 거래 대상 주식 수로 환산하면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한샘의 주가가 지난 13일 종가 기준 11만5000원임을 감안하면, 시세 대비 2배 이상을 원하는 셈이다.
현재 후보군 중에서는 IMM PE의 인수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IMM PE는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IMM PE는 한샘 인수에 지난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인 '로즈골드 4호'를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IB업계는 한샘 거래 가격이 1조3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희망가격보다는 적은 액수지만 시세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IB업계에서는 IMM PE가 이 가격대에서 인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한샘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구·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는 조 명예회장이 승계가 아닌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한샘에 마땅한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의 자녀를 뒀다. 이 중 외아들인 고(故) 조아무개씨가 한샘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그가 2012년 사망하면서 후계자의 자리는 공석이 됐다.
1971년생인 조씨는 2006년부터 한샘 계열사인 휘현산업개발(현 휘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휘현산업개발은 주택 및 리조트 개발사업과 박물관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조씨는 휘현산업개발의 대표를 맡아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라힐링파크 건설을 지휘했고, 2010년에는 다빈치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해 제주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을 건립을 주도하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조씨는 2011년 돌연 휘현산업개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씨는 이후 개인사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2년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원인과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망 사실도 2015년 조씨가 보유한 한샘 지분이 부인과 자녀들에게 상속된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휘현산업개발은 이후 휘찬으로 사명이 변경된 뒤 SK그룹에 매각됐고, 다빈치코리아는 폐업했다.
조 명예회장은 조씨 외에도 세 딸을 뒀지만, 차녀인 은희씨만 유일하게 한샘 미국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장녀인 은영씨와 삼녀 은진씨는 남편이 각각 미국법인장과 한샘 감사를 맡고 있을 뿐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딸들은 후계와 무관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조 명예회장이 수년 전부터 한샘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한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지난 2018년 국내 대기업과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한샘 인수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조 명예회장이 1970년에 설립한 한샘은 당시 국내에 아파트가 본격 보급되는 등 건설경기 호황에 힙입어 성장했다. 부엌가구 전문이던 한샘은 이후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국내 1위 가구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한샘은 1994년 조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9년간 CEO를 역임한 최 전 회장이 사임하고 강승수 한샘 회장이 새로 취임하며 전문경영인 2기 체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