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의 유가족이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에 대해 정면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유족은 “‘일상으로 복귀를 원한다’는 A씨 변호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A씨 추가 면담 등 수사를 집중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26일 오전 A4용지 13페이지 짜리 입장문을 내고 “소중한 정민이를 잘 보내기 위해 진실을 구하고자 한다”며 “A씨 가족과 경찰에게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입장문에서 유가족은 친구 A씨와 가족에 대한 의혹을 직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손씨는 “처음 정민이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A에게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며 “그러나 실종 사흘째 당일 새벽 3시 37분쯤 A씨 부자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여러 행동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종 당일 오전 5시쯤 A씨 부자가 한강공원에 도착했을 때의 영상을 언급하며 “전화기를 돌려받기로 약속한 적이 없음에도 A씨의 동선은 정민이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 한정돼 있다”며 “또 오전 5시 30분쯤 정민이의 휴대전화를 손에 들거나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가지고 다니면서도 정민이 어머니의 전화를 세 차례나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주변을 찾지 않고 5시 16분부터 5시 34분쯤까지 같은 자리(아이들이 놀던 잔디밭 부근)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전 2시 18분쯤 왜 정민이 위에 올라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으며, 인사불성이 된 친구 옆에서 집에 연락해주거나 112 신고 등 구호조치 없이 본인의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고 있던 거냐”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건 당일 소지한 A씨의 아이패드를 초기에 제출하지 않고 실종 15일째 따로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씨는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연동돼 A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임에도 의류, 노트북을 제출한 4일이 아닌 9일 따로 제출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손씨는 또 경찰의 초기 대응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A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구했다. 손씨는 “(경찰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와 그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집중수사를 주장했습니다.
손씨는 “2단 울타리를 넘어 현장에 지체 없이 이동하는 점,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미뤄볼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 수사를 집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손씨는 “앞으로 영원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정민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씨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한편 A씨 측은 지난 17일 첫 입장문을 내고 “A군이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사건에서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A군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습니다.
경찰도 여전히 손씨 사망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씨가 신고 있던 양말에 묻은 흙의 토양 성분 분석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육지에서 강으로 약 10m 들어간 지점의 흙과 양말에 있는 흙의 토양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